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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결핍에서 공감의 꽃을 피우다 – 『아몬드』 속 인간성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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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의 소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가 세상과 마주하며 점차 공감과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감정 결핍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인간성의 본질, 특히 공감 능력의 중요성을 조명하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1. 감정이 없는 주인공, 윤재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매우 특이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윤재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두려움, 분노, 기쁨과 같은 감정에 반응하지만, 윤재는 그러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엔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 설정은 소설의 긴장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장치이자, 독자들이 윤재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중심축이 된다. 감정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아몬드』는 감정이 결핍된 인물을 통해 오히려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되묻게 만든다. 윤재는 감정이 없지만 그 속에서도 도덕과 책임,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간다. 이 점은 단순히 윤재를 ‘감정이 없는 괴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섬세하고 진중하게 인간 내면을 조명하려는 작가의 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선을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감정이라는 것이 반드시 눈물과 웃음, 분노와 같은 외적인 반응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감정을 느끼지 못해도 인간은 배울 수 있고, 변화할 수 있으며, 결국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몬드』는 인간 본성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2. 상처와 만남, 그리고 변화의 여정 윤재의 삶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사건은 어머니와 할머니가 한꺼번에 사고를 당하며 세상을 떠난 후부터다. 평생 윤재를 보호하며 살아왔던 두 사람이 사라진 순간, 윤재는 처음으로 외부 세계에 던져진다. 더 이상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세상과 마주해야 하는 존재로서, 윤재의 내면은 그제서야...

가면 너머의 진실: 『가면산장 살인사건』으로 본 인간 심리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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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인간 심리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인물들은 각자의 가면을 쓰고 진실을 숨기며 상황을 조작하고 감정을 위장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자기방어를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지, 또 그 속에서 얼마나 아이러니하게 진심이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1. 가면을 쓴 인물들: 드러나는 심리의 충돌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제목부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가면을 썼다는 표현은 단순히 신체를 가린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에 자리한 위선과 감정의 위장을 의미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겉과 속이 다르며, 상황에 따라 자신을 유리하게 포장한다. 마치 사회 속에서 우리가 타인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사건의 무대가 되는 산장이라는 폐쇄적 공간은 외부로부터의 단절을 상징하며, 인물들이 본래의 성향과 감정을 드러내게 만드는 심리적 압박이 가해진다. 즉,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 오히려 인간은 더욱 본능적으로, 동시에 계산적으로 행동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밀실 구조를 통해 인간 심리의 미묘한 균열을 증폭시킨다. 등장인물 중에는 피해자를 동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사실은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의심을 피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이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의 행동이 '악'이나 '선'으로 쉽게 나눌 수 없는 모호한 경계에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완전한 진실을 말하지 않고, 모두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 독자는 진실을 추적하기보다 그들의 심리를 해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히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소설적 재미를 넘어서, 사람의 심리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거울 역할을 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혹은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가면을 쓰는 것이 과연 비난...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상실과 치유를 그린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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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상실과 치유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내면의 고통과 회복을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청춘의 불안과 사랑, 그리고 죽음을 경험하는 와타나베의 여정을 통해 독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다. 1: 와타나베의 상실, 삶의 균열을 마주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주인공 와타나베가 겪는 반복적인 상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상실은 단순한 이별이나 슬픔을 넘어선 존재론적 충격에 가깝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 기즈키의 자살은 와타나베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아 그의 대학 시절 내내 무의식 속에 영향을 끼친다. 이어서 기즈키의 연인이자 와타나베가 마음을 두고 있는 나오코 역시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요양원에 들어가고,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된다. 와타나베는 사랑하는 이들을 연이어 잃으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정서적 안정과 일상의 의미를 점차 상실해간다. 그가 겪는 상실은 단순한 감정적 상처가 아니라, 존재의 중심이 무너지는 경험이다. 죽음은 늘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고, 남겨진 사람은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와타나베는 이를 감당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자기 안의 공허와 무력감을 오롯이 견뎌야 했다. 그렇기에 그의 삶은 끊임없는 혼란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고, 독자는 그를 따라가며 인간이 겪는 본질적인 외로움을 직면하게 된다. 무라카미는 이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피상적인 묘사가 아닌, 깊은 서정과 차분한 문장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가 인물의 내면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든다. 2: 치유를 향한 여정, 미도리와의 만남 와타나베의 삶에 새로운 전환점이 생기는 것은 미도리라는 인물을 통해서다. 미도리는 기존의 인물들과는 다른 생명력과 솔직함을 지닌 캐릭터다. 그녀는 와타나베에게 거리낌 없는 감정 표현과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공유하면서, 와타나베 내면의 닫힌 문을 조금씩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도리의 등장은 단순한 연애 감정의 시작이 아니라, 상실에 갇힌 와타나베가 다...

『올리버 트위스트』를 통해 읽는 빈곤, 범죄, 그리고 인간 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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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는 단순한 고아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넘어 19세기 영국 사회의 빈곤과 범죄 구조, 그리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올리버의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과 구조적 폭력의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을 통해 디킨스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연대와 정의를 절절하게 그려낸다. 1: 『올리버 트위스트』가 그려낸 19세기 영국의 빈곤 현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영국 산업혁명 이후의 현실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으로, 당시의 사회적 모순과 빈곤의 실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올리버는 태어날 때부터 고아로 버려져, 가난한 자들을 수용하는 공공 구빈원에서 자란다. 이 구빈원은 이름만 복지 시설일 뿐, 실상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기아에 시달리고, 어른들은 형식적인 감시만을 수행하며 그들을 방치한다. 디킨스는 이와 같은 묘사를 통해 당시 영국 사회가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다뤘는지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19세기 영국은 산업화의 급진적인 진행과 더불어 도시 빈민이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였다. 특히 어린이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간주되어 공장에서 장시간 일하거나 거리에서 구걸과 도둑질을 하며 살아가야 했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올리버의 눈을 통해 이 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구빈원에서 가난한 아이들이 받아야 했던 가혹한 처우는 단지 올리버만의 일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실제 아이들의 현실이었다. 디킨스는 이 소설을 통해 빈곤이 단지 개인의 게으름이나 불운 때문이 아님을 주장한다. 사회 구조 자체가 가난한 자를 더 가난하게 만들고, 그들을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조차 체계적으로 방치하고 착취하는 구조는 디킨스의 강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부분이다. 디킨스가 그려낸 이 빈곤의 현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가난은 개인의 책임인가, 아니면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구조의...

예술보다 더 깊은 고뇌, 『인간의 굴레』가 말하는 삶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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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간의 굴레』는 예술가의 삶을 조명한 『달과 6펜스』와 달리, 인간 존재 자체의 고통과 의미를 파고든다. 이 소설은 ‘운명’이라는 이름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주인공 필립의 삶을 통해 자유와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인생의 고통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1. 『달과 6펜스』를 넘어선 또 하나의 자화상,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가 실존 예술가 고갱을 모델로 하여 창조와 열정, 도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인간의 굴레』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내면적인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주인공 필립은 태어날 때부터 다리를 저는 신체적 조건을 지닌 채로 삶을 시작한다. 어머니를 잃고, 후에는 외가에서 자라나게 되지만, 이 모든 조건은 그에게 일종의 ‘굴레’가 된다. ‘굴레’란 단어는 제목에서도 암시되듯,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조건들을 의미한다. 환경, 육체, 경제, 사회적 지위 등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조절할 수 없는 요소에 휘둘리며 살아간다. 『달과 6펜스』 속의 스트릭랜드가 자신의 삶을 예술이라는 환상으로 치환하며 외부의 질서를 거부한 반면, 필립은 삶의 굴곡 속에서 그 모든 조건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살아간다. 그는 회계사가 되려다 실패하고, 예술을 배우려다 좌절하며, 다시 의학도로 진로를 바꾸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무능’과 ‘결핍’을 실감하게 된다. 그가 마침내 도달한 삶의 깨달음은 예술가로서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수용과 화해였다. 삶을 향한 반항보다는 삶 자체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그래서 『인간의 굴레』는 『달과 6펜스』보다 더욱 깊은 자기 성찰의 거울이 되는 작품이다. 2. 인간 존재를 구속하는 굴레는 무엇인가 작품 속에서 필립이 직면하는 굴레는 단순히 신체적 조건이나 사회적 계급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인간관계 속에서도 끊임없는 좌절을 겪는다. 특히 밀드레드와의 관계는 그가 가진 감정의 나약함과 자기파괴적 성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밀드레드는 필립에게 아무런 애정도 없지만...

『어린 왕자』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와 잃어버린 순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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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성장하면서 잃어버린 순수함과 진심어린 관계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들을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이 일어난다. 1. 어린 왕자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세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겉보기엔 어린이용 동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어른들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와 반성이 담긴 작품이다. 어린 왕자가 우주를 여행하며 만난 각 행성의 어른들은 모두 특정한 집착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숫자에만 집착하는 사업가, 권위만을 추구하는 왕, 끝없이 칭찬만 바라는 허영심 많은 인물 등은 결국 현실의 어른들을 그대로 투영한 인물이다. 이들은 스스로 의미 있다고 믿는 것에 매몰되어 삶의 본질을 잊은 채 살아간다. 반면 어린 왕자는 그 모든 어른들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그들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본질을 보고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의 삶은 진정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가? 어린 왕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잊고 있던 순수함과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2.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진심과 책임 『어린 왕자』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는 여우와의 만남이다. 여우는 “길들여진다는 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라 말하며, 관계의 본질을 어린 왕자에게 가르쳐 준다. 이 장면은 단순히 우정을 넘어 인간관계의 책임과 진정성에 대해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여우와의 대화를 통해 어린 왕자는 사랑과 책임의 무게를 깨닫는다.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말은 단순히 동화적인 표현을 넘어 우리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다. 우리는 쉽게 관계를 맺고 또 쉽게 끊어버리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신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린 왕자는 이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다시 자신...

『홍루몽』 깊이 읽기 – 사랑, 권력, 허무 속에 사라진 대가문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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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은 청대 작가 조설근이 집필한 중국 고전 소설로, 가상의 귀족 가문인 가보옥 일가의 사랑과 몰락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작품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개인의 사랑, 가문의 흥망,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치밀하게 묘사합니다. 화려한 세계 이면에 숨겨진 허무와 비극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문학적 깊이와 사유를 동시에 담고 있어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에게 감동과 질문을 안깁니다.  ① 『홍루몽』 속 사랑: 현실을 거스른 감정의 미로 『홍루몽』의 중심에는 주인공 가보옥과 임대옥, 보옥과 보옥채 간의 삼각 혹은 사각적인 감정선이 놓여 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 감정이 아닌, 각자가 속한 가문과 사회적 규율, 그리고 인간 존재의 내면적 결핍과도 긴밀하게 얽혀 있다. 특히 가보옥과 임대옥은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영혼의 반려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회의 질서와 가문이라는 외적 압력 앞에서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불운이 아닌,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비극이 초래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설근은 사랑을 통해 인간 감정의 순수함을 말하면서도, 그 감정이 살아 숨 쉬기 어려운 현실의 벽을 치밀하게 드러낸다. 특히 여성 인물들의 감정과 고뇌, 그리고 그것이 사회에서 어떻게 억압되고 소외되는지를 통해, 조설근은 시대의 성차별 구조 또한 교묘히 비판한다. 『홍루몽』 속 사랑은 아름답지만 결코 완성되지 않는 감정이다. 그 사랑은 언제나 누군가의 희생이나 포기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상실’로 귀결된다. 따라서 이 작품의 사랑은 이상향이 아니라, 인간 삶의 덧없음과 허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도구로 기능한다. 사랑은 감정의 중심이지만, 그것을 실현할 수 없는 현실이 오히려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구성하는 것이다. ② 대가문의 몰락: 화려함 이면의 균열 『홍루몽』은 명문가 가씨 가문을 배경으로 한다. 외견상 이 가문은 권세와 부를 모두 갖춘 귀족 사회의 이상적 표본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품이 진행될수록 그 내부는 점점 더 많은 균...

왜 우리는 『삼국지』에서 권력과 인간을 배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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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단순한 고대 전쟁사가 아니라, 인간이 권력을 얻고 유지하며 무너지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 인간관계의 교과서다. 유비, 조조, 손권 등 주요 인물들의 선택과 관계를 통해 우리는 권력의 본질, 리더십,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엿볼 수 있다. 이 고전은 지금도 조직과 사회 속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 1. 『삼국지』는 왜 권력의 교과서로 불리는가 『삼국지』가 단순히 옛 전쟁 이야기로만 기억된다면, 우리는 그 진가를 절반밖에 보지 못한 셈이다. 이 방대한 고전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그 실현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사회, 정치,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권력 게임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특히 조조는 권력자의 전형이다. 그는 때로는 냉혹할 정도로 실리를 좇고, 때로는 과감하게 인재를 등용하며, 권력 유지에 필요한 현실 감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유비는 덕으로 사람을 모으는 인간형 리더의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그의 행보 역시 권력과 무관하지 않다. 천하를 얻기 위해 조조보다 더 집요하게 인간관계를 설계한 유비의 모습은 권력을 얻기 위한 다른 방식의 계산이다. 이처럼 『삼국지』는 권력이라는 목표를 향해 각기 다른 전략과 인간상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재다. 우리는 이 고전을 통해 권력은 단지 강한 힘이나 지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현실 세계의 조직이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권력은 고정된 자리가 아니라 언제든 역전될 수 있는 유동적 관계 속에서 움직인다. 『삼국지』를 읽다 보면 권력의 정의가 단순히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위치”가 아닌, “인간관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조율하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2. 인간관계의 전략: 유비, 조조, 손권의 리더십 비교 『삼국지』의 핵심은 전투보다도 인물 간의 관계와 그 배후의 심리다. 권력을 얻기 위한 인간관계의 전략은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묘사되는 ...

소설 『토지』로 읽는 한국 근대사와 인간의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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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는 조정래 작가가 25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로, 한국 근대사의 격동기를 살아간 민중들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신념과 욕망, 가족과 민족 사이에서 갈등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드러낸다. 『토지』는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고 민족의 운명을 직시하는 문학적 통찰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1: 『토지』에 비친 한국 근대사의 실상 『토지』는 1897년 대한제국 선포부터 1945년 해방까지, 약 50년에 걸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그 시대를 살아간 민중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작품의 시작은 하동 평사리의 대지주 최참판 가문의 몰락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몰락은 단지 한 가문의 몰락이 아닌, 봉건적 질서가 붕괴되고 새로운 근대 질서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제의 침략과 그에 따른 경제적 수탈, 사상적 분열, 민족적 저항은 『토지』의 전면에 흐르는 중요한 맥락이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일제의 통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어떤 인물은 친일의 길을, 어떤 인물은 독립운동의 길을 선택하면서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시대를 살아간다. 특히 조선총독부의 교육 정책, 토지 조사사업, 병합 조약 등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소설 속에 세밀하게 재현되어 있어, 독자는 마치 당대의 신문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토지』는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인물들의 운명과 심리 속에 녹여 내어 역사와 인간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역사교육이자 철학적 사유의 행위로까지 확장된다. 문학이 역사를 어떻게 내면화하고 서사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2: 인물들의 선택과 인간 내면의 복잡성 『토지』의 진가는 바로 그 방...

『태백산맥』 분석: 이념보다 강한 인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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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은 단순한 이념 소설이 아니다. 조정래는 이 작품을 통해 남과 북, 좌와 우를 가르는 이념의 틈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고통을 견디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 글에서는 『태백산맥』 속 이념과 인간 삶의 상호작용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1. 이념은 무엇을 파괴하고, 무엇을 남겼는가 『태백산맥』은 전라남도 벌교를 중심으로 한국전쟁 전후의 혼란기, 좌우 이념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정래는 단순한 정치적 편향이 아니라, 이념 자체가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를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소설은 국가와 이념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휘말린 개인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념은 가족을 갈라놓고, 친구를 적으로 만들며, 때로는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마저 마비시킨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이념의 희생자다. 이념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념에 휘말린 사람들이다. 박하섭, 염상진, 김범우 등 주요 인물들은 정치적 선택을 내린 것이 아니라, 생존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초상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뛰어난 점은, 한 쪽 진영을 일방적으로 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좌익과 우익 모두가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공포를 조장하며, 정의를 가장한 폭력을 행사한다. 이념은 그렇게 인간을 이용하고, 소외시키고, 때로는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조정래는 이 이념이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세워졌으며, 얼마나 많은 인간의 삶을 희생시켰는지를 집요하게 묘사한다. 동시에 이념이 사라지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가족, 마을, 인간의 얼굴이다. 그것이 바로 『태백산맥』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2. 고통과 사랑, 인간다움의 회복 이념이라는 거대한 구조 안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인간답게 살고자 한다. 『태백산맥』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바로 인간의 ‘회복력’이다. 죽음과 공포의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아이를 낳고 기르며, 누군가는 고통 속에서도 남을 도우려 ...

셰익스피어 『리어왕』, 왕좌와 가족 사이의 비극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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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권력과 가족 간의 갈등이 빚어낸 비극적 운명을 다룬다. 왕권을 세 딸에게 분할한 결정은 곧 아버지로서의 사랑과 왕으로서의 권위를 잃는 시작이었다. 『리어왕』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망이 어떤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 권력의 분할이 부른 비극의 씨앗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 『리어왕』은 단순한 가족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 배경에는 중대한 정치적 결단이 자리한다. 리어왕은 세 딸에게 자신의 영토를 나누어 주겠다는 결심을 하며, 그 기준으로 각 딸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평가하겠다고 말한다. 이 결정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권력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였으며, 결국 왕권의 해체와 정치질서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 고네릴과 리건은 아첨으로 아버지를 만족시키며 땅을 얻는 반면, 막내딸 코딜리아는 진심 어린 말로 거짓을 거부하면서 부친의 분노를 사게 된다. 이 장면은 셰익스피어가 인간 내면의 어리석음과 허영심, 그리고 권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비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왕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딸을 추방하고, 결국 권력도 명예도 잃게 된다. 『리어왕』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왕은 자신의 권력을 분산시키며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도 해체하고 만다. 정치적 주권을 내려놓은 그는 더 이상 왕이 아니고, 가정에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이것은 단순히 한 인물의 몰락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가 스스로 그 권력을 잘못 행사했을 때 어떤 사회적, 가족적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서사다. 2. 아버지이자 왕으로서의 리어의 정체성 붕괴 리어왕은 단순히 권력을 가진 정치 지도자가 아니다. 그는 동시에 세 딸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이중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을 통해, 권력과 가족애가 충돌할 때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가 되는지를 드러낸다. 리어는 자신의 딸들을 시험하려 했고, 그 결과로 진심 어린 사랑은 버림받고, 가식과 탐...

헤르만 멜빌의 『모비 딕』, 인간 본성과 자연의 철학적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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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멜빌의 『모비 딕』은 단순한 해양 모험소설이 아닌 인간 본성과 자연의 대립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품은 작품이다. 에이해브 선장의 고래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오만과 집념, 그리고 자연 앞에서의 무력함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는 지배 욕망과 자연의 거대한 질서 간의 충돌을 선명히 드러낸다. 1. 『모비 딕』 속 인간 본성의 투영: 에이해브의 집착 『모비 딕』의 중심 인물인 에이해브 선장은 단순한 복수심에 불타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상징적으로 인간 내면의 깊숙한 욕망과 불안, 집착을 체현하는 존재이다. 그가 흰 고래 모비 딕에게 다리를 잃고 이를 되찾기 위해 무모한 항해에 나서는 과정은 단순히 물리적 복수를 넘어서, 인간이 세계에 대해 가지는 근본적인 불안감과 통제 욕망을 드러낸다. 에이해브는 고래를 단순한 동물로 보지 않고, 세상의 불합리와 공포, 그리고 신비의 결정체로 본다. 그는 이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이 겪는 내면의 혼란과 고통을 통제하려 한다. 이는 인간이 종종 자연이나 세상에 대해 가지는 태도, 즉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을 억지로 해석하고 그 위에 권력을 행사하려는 시도와 유사하다. 멜빌은 이러한 에이해브의 집착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철저히 파헤친다. 그의 행동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휘둘리며, 개인적인 고통이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파멸적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그의 광기는 자신뿐 아니라 동료들을 포함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러한 설정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이다. 오늘날 인간은 자연을 개발하고 정복하려는 과도한 의지를 통해 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인간 자신에게 위협이 되어 돌아오는 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에이해브의 몰락은 이러한 경고의 상징이자 문학적 경계로 기능한다. 2. 고래, 자연의 상징으로 읽는 『모비 딕』 『모비 딕』에서 흰 고래는 단순한 포유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함부로 정의하거나 규정할 수 없는 자연 그 자체이며,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통제할 수 없는 초월적 ...

『위대한 유산』으로 바라본 19세기 영국과 인간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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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위대한 유산』은 19세기 영국의 계급 사회와 인간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신분 상승을 향한 주인공 핍의 여정은 물질적 성공과 인간으로서의 본질 사이에서 고뇌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1) 19세기 영국 사회와 『위대한 유산』의 배경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빅토리아 시대 중기인 186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가 진행되던 시기였으며, 계급의 유동성이 생겨나고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신분 상승’이라는 새로운 욕망이 사회 전반을 지배했다. 디킨스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날카롭게 통찰하며 주인공 핍을 통해 이를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핍은 원래 시골 대장장이의 제자로 소박한 삶을 살아가지만, 미지의 후원자로부터 유산을 상속받고 런던으로 올라가 ‘신사’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디킨스는 이 과정을 단순한 성공 신화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핍이 신분 상승을 통해 자신을 잃어가고,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들을 외면하는 과정을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물질주의와 위선적인 계급 구조를 비판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 역시 단순히 신분에 따라 평가되지 않고, 각자의 삶의 방식과 인간적인 결핍을 통해 복합적으로 그려진다. 이는 디킨스가 단지 사회 비판을 넘어서 인간의 본질과 성장이라는 테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대한 유산』은 19세기 영국이라는 특정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도 여전히 현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2) 핍의 성장과 신분 상승의 허상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핍은 소설 초반에 명확한 계급의식 없이 살아간다. 조용하고 정직한 대장장이 조 가거리와 함께 살아가며 단순한 일상에 만족하던 핍은, 어느 날 부유한 미스 해비셤의 저택에서 에스텔라를 만나며 처음으로 계급의 차이를 실감한다. 이 만남은 핍의 내면에 깊은 열등감과 동시에 신분 상승에 대한 갈망을 심어준다.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후원자로부터 유산...

『이방인』을 읽고: 부조리 철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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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부조리 철학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대표작으로, 인간 존재의 의미와 선택의 자유를 탐구한다. 주인공 뫼르소의 무감각한 태도와 사회와의 갈등은 부조리한 세상의 본질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삶의 본질적 질문을 던지며, 선택과 책임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1. 『이방인』의 줄거리와 뫼르소의 독특한 시선 『이방인』은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는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슬픔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다. 그의 이런 태도는 사회적 규범과 기대를 벗어난 비정상적인 반응으로 비쳐진다. 이후 뫼르소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만,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살인죄를 저지르고 체포된다. 그의 재판 과정에서는 살인 행위보다는 어머니 장례식에서의 태도가 더 큰 문제로 다뤄진다. 이는 뫼르소가 법정과 사회에서 외부인, 즉 '이방인'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뫼르소의 시선은 철저히 현재에 머문다. 그는 과거나 미래에 대한 집착 없이 현재의 감각과 사실만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혹은 더위 때문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설명하는 그의 진술은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적 동기나 회개와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뫼르소는 사회적 도덕이나 종교적 가치보다 자신의 감각적 경험을 우선시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무의미함을 직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뫼르소는 일관되게 자신의 감정을 꾸미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인 마리의 청혼에도 그저 '상관없다'고 대답하고, 죽음에 직면해서도 공포보다는 담담함을 유지한다. 그는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의미가 없음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평온을 찾으려 한다. 이러한 태도는 당시 프랑스 사회의 가치관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독자에게 큰 충격을 준다. 결국 뫼르소의 이런 삶의 태도는 그를 사회에서 배척시키고, 법정에서는 그가 반사회적인 존재로 규정된다. 그러나 카뮈는 이러한 뫼르소의 모습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로 보는 성장통과 치유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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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어린 주인공 제제가 겪는 가난과 폭력, 외로움 속에서도 따뜻한 만남과 상처 치유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삶의 무게 속에서 제제는 라임 오렌지나무와의 상상 속 대화와 소중한 어른들의 사랑을 통해 아픔을 이겨낸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고 성숙으로 나아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1: 어린 시절의 상처와 고통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제제는 브라질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다섯 살 어린이다. 그의 삶은 태어날 때부터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내의 무관심 속에서 시작된다. 형제자매들 속에서 막내인 제제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라난다. 어린 나이에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던 제제에게 일상은 매일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아버지의 폭력적인 성향과 어머니의 지친 모습은 제제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는 종종 가족들에게 혼나고, 거칠게 다뤄지면서 자신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그렇지만 제제는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특별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동네의 라임 오렌지나무에게 말을 걸고 친구처럼 지낸다. 이 나무는 제제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어린 나이에 상처를 피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제제가 스스로 마음을 치유해 나가려는 작은 시도였다. 외로움 속에서도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내며 마음의 평형을 유지하려는 그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라임 오렌지나무와의 대화 장면은 어린아이가 상처를 어떻게 견뎌내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하지만 제제의 삶은 단지 상상의 세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동네에서 만난 포르투가라는 노인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이해를 경험하게 된다. 포르투가는 제제를 아이가 아닌 한 사람으로 존중하며 대화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핀다. 제제는 그에게 마음을 열고 점차 삶의 밝은 면을 바라보게 된다. 포르투가와의 만남은 어린 제제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된다.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읽는 인간 내면의 윤리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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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오스카 와일드가 인간의 내면을 치밀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도리언은 자신의 젊고 완벽한 외모가 영원히 유지되길 원하며, 초상화에 자신의 노화와 죄악이 전가되도록 만든다. 이 과정에서 그는 쾌락과 향락에 몰두하며 타락의 길을 걷는다. 결국 도덕적 책임을 회피한 채 살아온 삶의 대가는 파멸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인간이 도덕적 양심을 저버릴 때 어떤 비극이 닥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와 도덕의 복잡한 관계를 심도 있게 성찰한다. 1: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과 그 이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도리언이 자신의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그의 인생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그린다. 도리언은 자신의 외모가 영원히 유지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결국 그의 초상화가 대신 나이를 먹고 추해지도록 저주에 가까운 소망을 한다. 이 순간부터 도리언은 미의 집착에 사로잡힌다. 그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으며, 이를 위해 도덕적 기준과 양심을 희생하기 시작한다. 그의 곁에는 로드 헨리가 있다. 헨리는 쾌락주의적 철학을 설파하며 도리언에게 세상의 쾌락을 마음껏 즐기라고 부추긴다. 도리언은 이 조언에 매혹되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향락의 세계로 발을 들인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점차 타인에 대한 연민과 책임감을 잃어간다. 특히 그가 사랑했던 시빌 베인의 죽음은 도리언의 감정에 결정적인 변화를 준다. 시빌의 자살에 대해 처음에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곧 자신의 감정을 합리화하며 죄책감을 외면한다. 도리언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 타인의 삶을 희생시키는 데 거리낌이 없어지고, 이는 점차 그의 내면을 파괴한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인간의 도덕성과 아름다움이 공존하기 어렵다는 모순을 드러낸다. 아름다움이라는 외형적 가치에 집착하는 순간, 내면의 윤리적 기준은 무너질 위험에 처한다. 도리언의 삶은 이러한 경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의 외모는 여전히 완벽하지만...

고전 문학 속 여성의 성장기, 『제인 에어』가 말하는 독립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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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19세기 여성의 자아 탐색과 독립을 주제로 한 고전이다. 고아로 태어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성장한 제인은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하며 성장해 간다. 사랑과 독립 사이의 갈등 속에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는 그녀의 여정은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폭풍의 언덕』이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다면, 『제인 에어』는 한 여성의 내면 성숙과 자아 실현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1 : 19세기 여성의 현실과 『제인 에어』의 문제의식 샬럿 브론테가 『제인 에어』를 집필하던 19세기 영국은 여성에게 거의 모든 사회적 권리가 제한되어 있던 시대였다. 교육의 기회조차 제한적이었으며, 결혼을 통한 경제적 안정을 추구해야만 했던 현실 속에서 여성은 독립적 존재로서 인정받기 어려웠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제인은 고아라는 사회적 약자이면서도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해간다. 그녀가 어린 시절 겪는 로우드 학교의 가혹한 환경, 리드가의 냉혹한 대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은 당시 여성들의 억눌린 삶을 대변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제인은 자신을 학대하는 이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려 애쓴다. 그녀는 복종을 강요받으면서도 내면의 자유를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성장해 나간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장기를 넘어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로도 읽힌다. 샬럿 브론테는 제인을 통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제인이 로체스터와의 사랑에서도 자신의 자존심과 도덕적 신념을 굽히지 않는 태도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로체스터가 이미 결혼한 상태임을 알게 된 후 떠나는 결단은 그녀가 타인의 기대보다 자신의 원칙을 우선시했음을 보여준다. 『제인 에어』는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닌, 한 여성의 자아와 독립을 향한 투쟁의 기록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고 성...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전쟁 속 인간애와 희생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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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개인과 집단, 사랑과 희생, 인간애와 전쟁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인간다운 선택을 고민한다. 로버트 조던과 마리아의 사랑은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상징이며, 게릴라들과의 협력은 공동체의 연대감을 드러낸다. 헤밍웨이는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면서도, 인간 존재의 본질적 선함과 희망을 동시에 조명한다. 이 소설은 전쟁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1. 스페인 내전과 소설의 배경이 지닌 의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930년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다. 이 내전은 스페인 공화정부와 프랑코가 이끄는 반란군 간의 충돌로, 이념적 대립이 극심했던 시기였다. 헤밍웨이는 직접 종군기자로 참전하면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전쟁 소설을 넘어선다. 이념의 충돌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는지를 깊이 파고든다. 스페인 내전은 단순한 국가 내전이 아니라 당시 유럽과 세계의 이념 갈등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공화파에는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가 있었고, 반란군은 보수적 군인과 파시스트 세력이 결집했다. 이러한 복잡한 정치적 구도가 소설 전반에 깔려 있다. 주인공 로버트 조던은 미국 출신의 교사이자 다리 폭파 임무를 수행하는 게릴라 부대의 일원으로 등장한다. 그의 존재 자체가 국제적 연대를 보여준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 의용병들이 공화파를 지원하기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으며, 이는 헤밍웨이가 강조하는 국제적 인간애와 연대의 상징이 된다. 스페인 산악지대의 자연환경은 전쟁의 긴장감과 인간 내면의 고독을 한층 부각시킨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 본성의 선과 악, 이기심과 이타심이 교차한다. 이러한 배경 설정은 작품의 주...

『달과 6펜스』 속 예술과 희생,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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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모옴의 소설 『달과 6펜스』는 실존 화가 폴 고갱을 모티브로 예술가의 자유와 희생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가정을 버리고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며 끝없는 고독 속에서 창작의 열정을 불태운다. 이 작품은 예술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날카롭게 조명하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독자의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1: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 예술을 향한 집착의 여정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의 평범한 증권 중개인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갑작스레 가정과 사회적 지위를 모두 포기하고 파리로 떠난다. 그의 행동은 주변인들에게 충격과 당혹감을 안긴다. 스트릭랜드는 예술을 향한 불타는 열망 외에는 어떤 것도 관심 두지 않는다. 이 소설은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그린다. 스트릭랜드는 가족과의 유대를 단절하고, 물질적 안락함도 포기하며 궁핍한 생활을 자처한다. 그의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방종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절대적 헌신의 표현이다. 스트릭랜드가 파리에서 보헤미안적인 삶을 살면서도 그의 예술 세계에 몰두하는 모습은 예술가가 감내해야 할 외로움과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회적 규범을 거스르며 자아를 찾아가는 그의 여정은 결국 타히티로 이어진다. 그곳에서 스트릭랜드는 원시적 자연 속에서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극대화하며 진정한 창작의 경지를 실현한다. 이러한 그의 삶은 예술가로서의 자기 완성과 동시에 인간적 고독의 절정을 보여준다. 독자는 스트릭랜드의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예술의 순수성과 그 이면에 감춰진 희생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는 결국 병으로 생을 마감하지만, 그의 작품은 영원히 남는다. 이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2: 예술가의 자유와 사회적 도덕의 충돌 『달과 6펜스』는 예술가의 자유와 사회적 도덕의 경계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스트릭랜드의 선택은 당시 사회의 도덕적 기준으로 보면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